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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노출
교과서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개념이 있다.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의사정리) 서로 다른 종류의 초월함수로 이루어진 방정식의 실근은 구할 수 없다.
수학은 늘 정확하고 명확한 분야인데 가끔 정확한 수학적 표현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경우 중 하나인데 그럴 때 수학자들은 '의사(pseudo)'라는 형용사를 앞에 붙인다. 뭔가를 설명하고 싶지만 조금 엄밀하지 않고 덜 정확할 때 붙이는 말이다. 위 빨간 글씨에서 언급된 '종류', '구할 수 없다.'라는 말이 수학적으로 아주 엄밀하지는 않기 때문에 나 또한 '의사'라는 표현을 빌려 작성하였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방정식을 생각해 보자.
방정식1) x+2 = 2x-1 방정식2) sinx = log(x)
방정식1의 경우, 이항하여 적절히 정리하면 x의 값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설사 한 쪽 변의 차수가 2나 3이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방정식의 양변이 모두 다항함수이면 10차, 100차와 같이 차수가 너무 높지 않는 한 대부분 수학적 방법을 통해 해를 정확히 구할 수 있다. 대학교 수학에는 5차 이상의 방정식은 일반적인 해가 없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치환 등의 치트키(?)를 쓰면 10차 방정식도 풀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방정식 2를 보자.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한 변은 삼각함수, 다른 한 변은 로그함수일 때 방정식을 푸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러면 대학교 수학으로는 풀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대학은 물론 대학원에서도 풀 수 없는 방정식이라 현재까지도 정확한 해를 구하지 못하고 그 어림값(근삿값)만 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종류의 함수(예: 삼각함수와 지수함수)로 이루어진 방정식은 수학적 방법으로 식을 정리하여 해를 구하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위와 같이 '의사정리'로 표현해 보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미적분 문제에는 아래와 같이 좌변, 우변이 서로 다른 종류의 초월함수로 이루어진 방정식이 등장한다.
이런 방정식은 해를 구할 수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 다시 한 번 문제를 자세히 살펴 보니, 해를 구하라는 게 아니라 실근의 '개수'를 구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교과서에서도 아래와 같이 양변에 서로 다른 종류의 초월함수가 들어간 방정식의 경우 실근의 값이 아니라 개수만 묻고 있는데, 앞서 실근을 구하기 위한 수학적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듯이, 꼭 "그래프 개형을 그려" 접근하라고 하고 있다.
참고로, '그래프 개형을 그려 접근하라는 말이 없는데?'하는 학생은 애석하게도 교과서를 보는 법을 아직 익히지 못한 학생이라 할 수 있다. 교과서는 '그래프 개형을 그려 파악하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예제]를 제시하고 그 풀이를 통해 해법을 설명한다. 예제를 보면 좌변은 다항함수, 우변은 로그함수인 방정식의 실근의 개수를 묻고 [풀이]를 보면 그래프 개형을 파악하여 그래프 교점을 통해 답을 얻고 있다. 풀이를 잘 보고 교과서의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교과서를 보고 "서로 다른 초월함수로 이루어진 방정식은 실근의 정확한 값을 구할 수 없으며 대신 그래프 교점을 통해 실근의 개수를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찰하지 못하면 아래와 같은 모의고사 문제를 만났을 때 손도 대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수 있다.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미적분 27번)
그러면 이제 해법을 알았으니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그렇다. 그래프 개형을 그려야 한다. 크게 2가지 방법이 있겠다.
첫번째 방법)
방정식을 e^x = ksinx라 두고 y=e^x함수 그래프, y=ksinx 그래프의 교점이 3개가 되게 하거나,
두번째 방법)
방정식을 (e^x) / sinx = k 라 두고 좌변의 함수를 미분하여 그래프 개형을 그리고 상수함수 y=k 그래프와의 교점이 3개가 되게 하거나. 두 가지 방법 모두로 풀이가 가능하니, 자세한 풀이는 직접 해 보길 바란다. 교과서를 통해 어떤 경우에는 실근의 개수를 그래프를 통해 구할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나니 모의고사 문제 해법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가? 처음 개념 공부를 할 때
어떤 상황에서,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를 명확히 정리하며 공부해 나가다 보면 문제 풀이 또한 헤매지 않고 방법이 바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교과서에서 그냥 속시원히 상단의 [의사정리]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초월함수로 이루어진 방정식의 실근은 값을 정확히 구할 수 없고 실근의 개수만 구할 수 있는데 이건 그래프 교점으로 구하는 거야."
하고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교과서에 그런 표현이 실릴 수 없는 이유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교과서에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학적으로 완벽한 문장만이 실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에 적은 [의사정리]를 수학적으로 정확히 표현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자면 '종류'란 무엇을 말하는지, '구할 수 없다.'라는 건 또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정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과서는 대신 예제와 그 풀이를 보여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어필하는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발견할 기회를 주지 않고 교과서가 "이건 이렇게 푸는 거야."하고 지시하는 것은 수학교육철학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 (관심있는 학생은 '안내된 재발명'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보기 바란다.) 교과서에는 이처럼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다. 문제는 이런 부분에서 고난이도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이다. 독자인 학생이 이 부분까지 다 파헤쳐 공부해야지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했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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