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상단노출
수학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1%의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99%의 학생들에게 이 답은 간단하다. "학교에서 가르치니까 배운다." 따라서 수학을 왜 배우느냐는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수학을 왜 가르치는가." 사실 학교는 교육부에서 고시한 대로 가르칠 뿐이니까 질문을 한번 더 수정하면 아래와 같다. "국가는 수학을 왜 가르치는가." 답을 먼저 이야기하고 설명을 뒤이어 하도록 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답은 이렇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
인성 함양, 흥미 제고 등등 다양한 목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국가가 필수 교육과정에 수학을 넣는 이유는 국가 경쟁력 제고와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수학이 국가 경쟁력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이건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도 부인하지 못한다. 전기차도, 인공지능도, 로켓도, 로봇도 모두 수학 (그리고 물리)에서 출발한다. 어떤 국가도 수학이 필요 없는 관광 산업이나 예술이나 그런 것만 갖고 먹고 살지 못한다. 한 때 2차대전 이후 미국에서 Learning by Doing 바람이 불면서 수학교육이 매우 쉬워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머지 않아 어떻게 되었는가. 미국의 우주항공산업 수준이 소련에 밀려 첫 인공위성 발사 타이틀을 소련에 뺏기고 국가 전체가 소련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지 않았는가. 한 국가가 수학 교육을 등한시했을 때 일어나는 결과는 그렇게 끔찍할 수가 있다. 그러면 정부가 어떤 교육적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할까? 그래서 우리나라가 인문계 고등학생 고2까지 수학을 필수로 가르치는 것이다. "왜 고2까지 필수인가요? 중학교까지만 하면 안되나요?" 라고 물을 수도 있는데 수학은 다른 과목보다 위계가 강한 과목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학교까지만 수학을 하고 포기한 학생이 나중에 공대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을 때 일 년만에 고1수학, 고2수학, 미적분까지 배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중학생이 철없고 어린 마음에 즉흥적으로 수학을 포기하도록 내버려두기에는 우리나라는 한 명 한 명의 공학, 과학 인재가 아쉬운 국가다. 수학 공부의 목적에는 이성과 합리적 사고 능력을 단련하고 정신을 도야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수학 공부량과 이성적 사고 능력은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이성적 사고 능력은 반드시 수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수학을 가르치는 가장 큰 이유가 학생들의 정신 도야를 위해서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나는 국가경쟁력 향상과 인재 양성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수학을 배우고 싶다거나 어렵던 수학이 쉬워진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국가가 날 생각해서 수학을 가르친 게 아니라 자기들 필요하니까 가르쳤단 생각에 괘씸함마저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높고 복잡한 미로 속에 던져졌을 때, 적어도 내가 왜 이 미로에 던져졌나 알고 임하는 것과 그것마저 모르고 임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다고 수학이 갑자기 쉬워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시간표에 왜 수학이 필수과목으로 자리잡혀 있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답답함은 많이 해소될 수 있지 않나 한다. 아래아한글 망해라
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