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정치적 토론이나 신문 보도를 조금만 읽어도 물가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알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피부로 직접 느끼는 것이 물가이다. 그러나 국가통계포털의 소비자물가등락율을 보면 우리가 여전히 느끼는 높은 물가 상승과는 달리 그 추세가 하양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 들어 전년동월대비 물가는 지난해 3%대에서 2%대로 진입하였다. 더불어 6월은 전월대비 -0.2%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런 우하양 그래프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적으로 잡혔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 이유는 로그 스케일과 곱으로 늘어나는 수열로써 물가를 이해하고 있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소비자물가등락률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등락의 퍼센테이지를 구한 그래프는 실제 가격을 로그 스케일로 나타낸 것과 효과가 같다. 예를 들어 단위당 만원의 농산품이 있다고 하자. 1월부터 4월까지 가격이 101%의 공비로 상승하였다면 1월에 10000원, 2월에 10100원, 3월에 10201원, 4월에 대략 10303원이 된다. 공비는 101%로 같지만 실제 그 가격의 등락을 보면 전월대비 가격이 시간이 흐르는만큼 더 커진다는 것이다. 100원, 101원, 102원 이렇게 말이다. 똑같은 상승률이지만 우리가 느끼는 물가는 더 커지는 것이 이 이유에서이다. 이를 로그 스케일로 나타낸다면 모든 함수값의 차(f(x+1)-f(x))가 log10100-log10000=log10201-10100=log10303-log10201=log1.01로 같다. 이렇게 물가를 실제 가격이 아닌 로그나 수열로 그 변화율을 이해하려 한다면 그것이 제대로 물가를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물가등락율의 그래프는 위처럼 한다면 변화가 없는 x축에 평행한 그래프가 나오고 로그 스케일로 표현하더라도 함수값끼리의 차가 같지만 사실은 가격은 점점 넓은 간격으로 더 크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똑같이 단위당 만원인 농산품이 매월 100원씩 오른다고 하자. 그 등락율을 로그 스케일로 본다면 log10100-log10000=log1.01, log10200-log10100=1.0990099, log10300-log10200=log1.00980392…로 그 차가 점차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처음 말한 물가등락율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제자리로 높은지 이해할 수 있다. 상승률이 하락하더라도 같거나 혹은 더 큰 가격이, 상승률이 같더라도 더 큰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을 위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은 수시로 변동되는 물가와는 달리 짧게는 년마다 오르기 때문에 더욱이 그 체감이 크다. 로그 스케일 혹은 그와 관련된 수열이 주식 등에서는 유용히 쓰일 수 있지만 이러한 대표적으로 물가 등과 관련하여서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나 또한 수행평가에서 농부의 역설을 로그를 통해 설명하였지만 이를 보다 현실적으로 나타내는 농산물의 물가는 오히려 로그나 상승률로 나타내면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떠한 문제에 접근할 때 어떤 수학적, 함수적 접근이 필요한지 일률적인 기준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를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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